천상에서 피어야 할 꽃이 진흙투성이 세상에 내려왔건만, 온 마음을 다해 자기가 뜻한 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그 모습이 어여쁘고 가엾었던 신께서 이제 되었다, 하시었나 봅니다. 불꽃같았던 열정을 거두고 그렇게 언니는 내 곁을 떠났습니다.
5년이라는 길지만 길다 할 수 없는 그 수 많은 시간을 함께 땀 흘리고 격려해주며 말로 표현하지 못 할 만큼의 큰 힘이 되어준 그 사람.
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언니를 계속 생각하고 붙잡으려 하니 막상 제 생활이 엉망진창 되기 직전이더라구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장의 아내로서의 일도 버거운 마당에 떠나버린 이를 계속 붙잡고 떨쳐내지 못 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마 모를 겁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내 자신이 너무 병들어 버렸고,
아이들도 피폐해진 엄마의 모습을 보며 두려운 얼굴로 불안한 하루를 겨우 보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갑자기 무너져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후에 나누고 싶었던 많은 이야기들은 아직 시작도 못했건만, 서로에게 허락된 시간이 무심히도 짧았음이 새삼 아프고 또 아픕니다. 이 아픈 이별 앞에서 무슨 말로 당신을 위로할 수 있으며, 또한 남겨진 나에게 위로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 가눌 길 없는 슬픔이 가시는 걸음에 짐이 되어선 안되겠기에, 지금은 잠시 접어두려 합니다.
이곳의 무겁고 아팠던 모든 것들은 훌훌 벗어버리시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가십시오.
저도 당분간 마음의 안정만을 생각하려 합니다.
떠나신 분의 그리움과 추억도 잠시 잊고 저만 바라보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굳건히 무너지고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제주마라톤클럽 회원 여러분들이 걱정도 해 주시고 신경도 써주니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고 또 일으켜서 다음에 만날때는 웃으며 만납시다. 정말 감사하고 모두들 건강 챙기시며 운동하세요~!
2019년 11월 25일 이은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