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다녀와서....
글쓴이 : 이창환 ()
      조회 : 502회       작성일 : 2003-07-17 20:07  
산행일기

2003년 7월 17일 날씨 : 비

날이 밝으면 한라산 산행을 동호회원들과 약속한날이다.
이번 산행에는 초등학교 5년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지원한다.
내일은 너무나 오랜만에 아들이랑 산행을 하는데,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
잠이 오지 않는다. 산행준비 리스트를 작성하여 꼬박꼬박 챙겨놓고 아침이
면 입을 옷이랑 비에 젖은 후 갈아입을 마른 옷까지 전부 준비하여 두고 아
침 시간에 일어나려고 알람까지 설정해 두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홈페이
지도 기웃거리고 이런 저런 생각에 밤 12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 6
시에 기상하였다. 집사람은 일찍 김밥을 준비한다. 아침으로 김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준비하고 도시락을 싸들고 6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일기는 어
쩐지 비가 올 것만 같다. 드물지만 한 방울씩 비가 온다.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 갈 수 없으면 되돌아 와야지 하면서 맘 편히 먹고 길을 나섰다.

관음사 등산로 주차장에 도착하니 몇몇 회원들이 먼저 나와 있었다. 어린
아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회원들이 고마웠다. 양전국, 강병현, 김옥배,
오복순, 현상용, 강두전, 강상욱, (존칭생략 홈페이지 기록실 순서) 회원들
이 나와 있었다. "아빠는 왜 입장료를 안내도 되요"? 아들이 묻자 누군가
회원이 아빠는 달리기를 잘해서 입장료 안 받는다고 말하자 아들은 그대로
믿는 눈치다. ^^. 회원들과 간단히 사진 촬영하고 함께 등산을 시작하였
다. 아들이랑 얼마만의 등산인가?. 아들이 4살 때에 윗세오름까지 다녀온
뒤로 첫 등산인 것 같다.

등산시작부터 아들은 너무나 잘 걷는다. 뭔가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
까? 산행 2킬로미터 지점부터 갑자기 아들의 페이스가 떨어진다. 잠시 쉬면
서 옷을 한 개 벗고 흐른 땀을 식히면서 다시 걸어본다. 2.7킬로미터 지점
드디어 더 이상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 아들은 더 걷
기가 힘든 것 같다. 아들은 오버 페이스를 한 것이었다. 마지막 따라온 강
병현 회원을 먼저 떠나 보내고, 이제부터는 아들과 단 둘이서 후미에서 따
라가는 등산이 시작되었다. 3킬로미터 지점 드디어 아들은 자리에 앉았다.
가만히 보니 눈가에 눈물이 보이는 것 같다. 배가 아프다고 한다. 앉아서
쉬면서. 물도 마시고 과자도 같이 먹고 쉬고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조
금씩 계속 내린다. 이제 내려갈까? 더 산행을 계속 할까? 갈등이 생긴다.
일단 회원에게 전화를 하여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도록 연락을 한 후 쉬면
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잠시 쉬더니 또 올라간다. 천천히 가지만
꾸준히.. 아들은 삼각봉까지 가서 삼각봉을 구경하고 내려가겠단다. 3.7킬
로미터 지점 넓은 평상이 나오자 잠시 쉬고 가겠단다. 앉아서 김밥도시락
한 개를 꺼내어 같이 먹고 있으려니 이웃집에 사는 내외분이 따라 올라왔
다. 잠시 쉬면서 인사를 건넨다. 이웃집 아저씨가 주는 양갱이랑 감귤을 받
아들고 기분이 좋은가 보다. 김밥을 먹고 이제는 아들이 먼저 앞장서 길을
나선다. 그렇게 꾸준히 걷다보니 삼각봉까지 왔다. 이젠 아픈 배도 아프지
않은가 보다. 잠시 쉬는 동안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비옷을 꺼내 입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으려니 먼저 6시에 출발한 문명원 회원이 정상을 돌아
서 내려온다. 회원이 주는 미니셀(초콜릿)을 받아서 맛있게 먹는다. 이제
내려갈까 생각하는데 체력이 회복되었다고 정상까지 가보겠다고 한다. 그
미니셀은 힘을 나게 하는 거라고 아들에게 말했더니 그래서 힘이 생기는구
나 한다. 다시 길을 나서 등산을 재촉하나 비는 계속 내리고 가는 길은 계
속하여 오르막이 이어지고, 보이는 저 끝이 정상인줄 알고 가보면 길은 또
이어지고.. 아들의 혼잣말하는 소리, "한라산 너 죽었어" ^^ 너무 힘든가
보다. 올라보면 또 길이 나오고 보이는 끝을 오르면 끝이 아닌 길이 계속되
고, 힘들어한다. 올라가다 보니 시로미가 익어 있었다. 잠시 길을 멈추어
시로미를 따먹었다. 시로미는 한라산 정상부근에 와야만 있는 것이라고 했
더니 따고 가지고 가겠단다. 시로미를 따서 주머니에 넣고 산길을 다시 오
른다. 7.5킬로미터 지점에서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 회원들을 한번에 모
두 만났다. 장하다고 아들에게 따뜻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다시 힘을 얻
어 산을 오르니 정상이 나온다. 11시 46분이었다 아침 7시에 등산을 시작하
여 4시간 46분이나 걸린 길이었다. 처음으로 등산한 아들은 백록담을 오늘
태어난 후 처음 본 것이다. 비를 피해 점심을 먹고 정상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잠시 휴식한 후에 12시 16분에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 길은 비가 더
욱 심해졌다. 그러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내려가는 길은 별 어려움 없
이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오면서 "올라갈 때 힘들었던 장소를 지날 때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 15: 02분 마침내
등산로를 완전히 벗어나 관음사코스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바지는 엉덩이
아래로 전부 젖고, 양말은 물론 신발 안에 물로 가득 고여 있었다. 자동차
안에서 젖은 옷을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사발면을 사서 먹으니 아
들은 마냥 행복한 것 같다. 이제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 그만이다. 집
에 오니 세수하고 아들은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깊게 잠 든 아들 얼굴
바라보며 잔잔한 행복감이 다가온다. 이번 산행으로 어려움 속에도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교훈을 배운 어린 아들에게 오늘은 뜻깊은 날로 기억되리
라. 학교 홈페이지에 사진도 올리고 한라산 다녀온 것을 자랑한다고 한다.
산행 다녀온 모든 회원임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언제 이런 산행 할 수 있
을까요?
즐거운 하루이었기를......




이전 글 이대하신 김영삼대통령 어록모음집
다음 글 일요일(7월 20일) 오후에 함께 달리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