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요
글쓴이 : 정영철 ()
      조회 : 278회       작성일 : 2003-06-06 09:55  
저예요


(작은 미소 통신. 제 124호)


나와 성인이 된 딸 사라는 좋은 친구였다.

딸아이는 결혼을 해서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도시에
가정을 꾸몄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볼 수가 있었다.

서로 찾아가지 못할 때는
우리는 편지를 쓰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내게 전화를 걸 때면 딸아이는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안녕, 엄마 저예요."

그러면 나는 말하곤 했다.

"저예요는 오늘 어떻게 지내고 있니?"

딸아이는 종종 편지에다가도 그냥 '저예요'라고만 서명을 했다.

가끔 나는 딸아이를 놀리기 위해
그 아이를 '저예요'라고 부르곤 했다.

그러다가 나의 사랑하는 사라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뇌출혈이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나는 깊은 슬픔과 절망감에 휩싸였다.

부모에게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것보다 더 큰 고통이 또 있을까.

나는 모든 믿음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딸아이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얼마 후, 장기 기증 협회는
딸아이의 모든 장기가 어디로 갔는지 내게 알려 주었다.

물론 그들은 기증 받은 사람의 이름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을 때,

나는 딸아이의 췌장과 신장을 기증 받은
젊은 남자로부터 아름다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 일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감사의 편지였다.

그런데 편지 맨 끝에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수 없었던
그 남자가 어떻게 서명을 해놓았는지 아는가?

그는 다만 이렇게 적었다.

"저예요!"

이보다 더 가슴 벅찬 일이 또 있을까.


- 메리 M. 젤리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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