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이다." 아버지께 이 말씀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듣기 시작 한 게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습니다. 눈앞에 이익만을 좇지 말고 인생을 길게 내다보면서, 한 발 한 발 자신의 걸음을 찾으라는 뜻이겠지요, 그렇지만 정작 그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된 것은 30년의 세월이 지난 최근의 일입니다. 지난주에 난생 처음으로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그래 도 인생이 마라톤이라는데, 실제로 한 번 뛰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 수 있겠나'란 막연한 호기심에 덜컥 도전장을 내고 만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일 아침까지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저 자신을 의심했던 게 사실입 니다.
어쨌든 출발 신호는 떨어졌습니다. 전 첫 발을 내디디면서 결심했습니 다. '무리하지 말자. 내 페이스를 지키자. 남의 걸음을 흉내내지 말고 나만의 호흡, 리듬을 찾자.' 그렇지만 막상 뛰면서는 수많은 유혹(?)이 함께 시작됐습니다. '저 여자보다, 저 뚱뚱한 사람보다는 잘 뛰어야지' 하는 남과의 비교, 어느 정도 탄력이 붙기 시작하자 '세 시간대에 들어와 자랑해야지' 하는 자만심, 체력이 바닥을 보이면서는 '내가 왜 이 힘든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자신과의 타협까지..., 종아리를 거쳐 허벅지까지 쥐가 나기 시작하자 '포기하라'는 내 안의 소리는 극에 달해갔습니다. 그래도 전 결국 다리를 질질 끌며 골인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 뜨거운 눈물이 솟더군요.
풀코스를 완주하고 난 지금, 전 마라톤에 대해서 전에는 잘 몰랐던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는 '역시 인생은 마라톤' 이란 것이 고, 두 번째는 흔히 말하듯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을 보다 사랑하는 과정을 배우는 운동이란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마라톤에서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가 하는 것 말입니다.
"샘터 5월호 샘물 한 모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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