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타이밍
글쓴이 : 정영철 ()
      조회 : 420회       작성일 : 2003-04-10 23:54  
정확한 타이밍



박사 논문을 쓰며 힘든 5년을 보낸 뒤, 나는 이제는 구술 시험준비를 하
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구술 시험 위원회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나는 미네아폴리스
를 경유하는 비행기 일정을 잡았다. 그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캘리포니
아의 존웨인 공항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가 탄 비행기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나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곧바로 단거리 선수처럼 전속력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비행장의 중앙 로비는 승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 썰렁했다. 나는 자동으
로 움직이는 통로에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때 힘겹게
가방을 들고 서 있는 오십대 여성이 눈에 띄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불쑥 말했
다.
"캘리포니아행 567편으로 가는 중이세요?"
그녀가 대답했다.
"맞아요"
내가 말했다.
"저도 그 비행기를 탑니다. 가방을 주세요. 제가 먼저 앞으로 뛰어가서
승무원에게 당신을 기다리라고 말할게요."
나는 그녀의 가방을 들고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비행기로 들어간 나는 승무원에게 내 뒤에 승객 한 명이 더 있
으니, 아직 비행기를 출발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가방을 든 채
로 내 자리에 앉았고, 잠시 뒤 그녀가 도착했다.
마지막 승객이 비행기에 오르자 문이 닫히고 비행기가 하늘로 솟아올랐
다. 비행기가 수평으로 날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녀의 자리로 가서 가방
을 돌려 주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구술 시험장 근처의 호텔에 머물면서 나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그리
고 아침 일곱 시에 대학에 도착했다. 논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하기 전에 다
른 방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회의실로 걸어 들어가, 엄숙한 예복을 입은 교수들을 보자 나는 먼저 겁
부터 났다.
위원회의 교수들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는데, 테이블 가운데쯤에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여성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여학생처럼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살짝 윙
크를 했다. 지난밤에 내가 가방을 들어 주었던 바로 그 여성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여교수는 내가 어려운 질문에 말이 막힐 때마다 나
를 곤경에서 구해 주는 큰일을 해주었다.

- 토머스 드 파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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