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럴까?
글쓴이 : 강희용 ()
      조회 : 536회       작성일 : 2003-07-24 13:30  

7. 22. 17:30 - 사무실
: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같은 사무실 동료가
제주시에서 출,퇴근하니까 내차를 운전하라고 하면 되겠고,
그 동료가 내차를 세운다음 다른 사람차를 타고 집에 가야 하니까..
한사람을 더 구해야겠는데...(여기저기 전화하다 조사계 홍형사가
당첨(?)됨)

"여보세요. 경무계 강희용인데요 이따가 퇴근할때 우리직원이 서부
산업도로에 서 있을테니까 제주시까지 태워줘.."
이제 준비는 되었는데.. 과연 내가 할수 있을까?

18:00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먼저 퇴근하겠다고 한다음, 동료직원과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 먼저 탈의실에서 달리기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구내식당에서 스포츠음료와 핫브레이크를 산다음 출발지점인 회수
4가로입구로 갔다.

18:20 - 회수입구 4가로
스포츠음료를 물주머니에 나누어 허리에 매고 동료직원에게는
다른 스포츠음료와 핫브레이크를 20km지점 도로에 놔 달라고 하고
차는 30km지점 우측 도로변에 주차해 달라고 한 다음 그 차를 보냈다.

"이제 도로변에 나 혼자다. 지금부터 30km를 가 보는거다.
근데 퇴근시간에 내가 이거 뭐하는 거지? 30km?
아직 달리기를 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다리에 무리가 오는건 아닐까?
하여튼 가보는데까지는 가보자..."
(제가 이렇게 마음을 먹은것은 앞쪽에 게시된 강두전 회원님의
글을읽고 그야말로 무모하게 나도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수입구에서 상창리 산업도로까지는 새로 개통된 구간으로
편도 2차로에 갓길이 넓고 거의 직선도로로서 달리기에는 아주
좋은조건이며 거리가 7km가 조금 넘는 거리(왕복 14km)로 이곳에서
회원으로 가입한후 당직때 몇번 달리기 연습한 곳이어서 이 구간
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오늘은 안개가 많이 끼고 습도가 엄청나고
날씨또한 더워서 그런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산업도로(7km)까지 오는동안 너무 덥고, 습도도 높고, 안개까지 많이
끼어 있어 교통사고의 우려도 있고(제가 교통사고조사계에도 몇년
근무한 경험이 있거든요) 포기하려고 했는데,
막상 산업도로에 도착하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정말 달랐습니다)
안개도 없고, 습도도 낮은것 같았으며, 바람도 뒷쪽에서 부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힘이 나더군요. "그래 어차피 달리기 시작한것, 갈데까지
가보자"
다시 달렸습니다. 시계도 없고 시간이 몇시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산업도로 갓길을 달렸습니다. 단지 볼수 있는것은 제주시까지
몇킬로, 공항까지 몇킬로 교통표지판으로 대강의 거리만 짐작할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날도 어두워져서 주변은 깜깜하고, 몇킬로정도 왔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배도 고프고, 속으로 "그래 20km에 음료수와 핫브레
이크가 있지. 거기까지만 가서 그거 먹고, 거기서 그만 달리자"
오직 그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근데 제 생각으로는 분명 20km정도는 온 것 같은데 그게 보이지
않는겁니다. 조금만 가면 있을건가? 조금만 더 가면 있을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달리는데 아무리 가도 보이지 않는데 불현듯
"내가 못보고 지나쳐 버린것이 아닌가? 주변이 깜깜한데 아무리
달리는 자동차 라이트 불빛으로 확인하면서 뛰었지만 못보고
지나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젠 속으로 갈등이 생기더군요.
여기서 멈출까? 아니면 그냥 계속 갈까?
그냥 계속 달리기로 했습니다. 그냥 달렸습니다.
오른쪽 엉덩이쪽도 뻐근하고, 양쪽 종아리에도 조금 무리가 오는것
같고,,

드디어 면허시험장까지 왔는데, 차는 보이지 않고, 아 30km가 이렇게
먼 거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마장도 지나고, 한참을 간것 같은데도 아직도 차는 보이지 않고,

체중이 많이 나가서 그런지, 아니면 훈련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서부산업도로변 몇년째 비어있는 호텔(회수4가로에서 이곳까지
몇킬로미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까지 왔을때 도저히 더는
달리지를 못하여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걷다가 다시
뛰자고 생각하며 걸었는데, 마음과는 달리 몸은 이미 한계를 지나쳤나
봅니다. 다시 몇걸음 달리자 온몸에서 아우성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걸었습니다. 혼자서 깜깜한 도로를 그냥 걸었습니다.

걷는데 그냥 이 생각이 나더군요
"내가 왜 이럴까?" "내가 왜 이 시간에 이곳을 이렇게 걷는걸까?"

신천지 미술관도 지나고 관광대학정문 입구에 왔을때야 도로변에
주차된 제차가 보이더군요. 정말이지 낙원(?)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다 되었더군요.

밤 10시 30분경 집에 도착하여 들어가니 집사람이 저를 가만히
쳐다보더군요.(조금은 어이없는, 그리고 조금은 가련한(?)표정으로)
그러더니 미리 만들어 둔 팥빙수를 줬습니다.

아마 하늘에서 먹는 음식이 그 보다 맛있을수는 없을 겁니다.
팥빙수를 다 먹고 샤워를 한 다음 곧바로 누웠는데 집사람이
무릎과 종아리 발뒤꿈치등을 주물러 주더군요. 저는 곧바로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서 제가 집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어제 내가 집에 들어왔을때 그 표정하며, 아무말도 없이 다리등을
주물러준 이유가 뭐냐고?"

그 대답이 뭔지 아십니까?

집사람 하는말이..
"아파트 문열고 들어오는 순간 저의 얼굴이 금방 쓰러져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고 하더군요.."


이상이 저의 무모한 달리기였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제가 회원님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말이 있는데

"저가 말주변도 별로이고, 또한 대부분의 제주사람들의 그러하듯
처음 사람들을 대하는것에 별로 익숙치를 못해서 회원님들에게
먼저 인사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사실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이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회원님들도 그냥 편히 생각해주십시오"

그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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